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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혈액순환을 그냥 "피가 도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몸에서 제일 흔한게 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몸안의 세포는 역활과 기능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산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에너지의 다양한 변이물질인 영양소는 산화제인 산소와 함께 세포들에게 제공됩니다. 세포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노폐물이 발생합니다. 피는 이러한 것들을 전부 수용하는 운반구입니다. 여기에 자체 방어병 역활도 감당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물류수단으로서 피와 혈관은 신진대사의 요체입니다. 말하자면 혈관은 생명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는 강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치고 난 후 혈관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식단부터 운동 습관까지 조금씩 바꿔봤습니다. 비트, 등푸른 생선, 석류, 마늘, 카옌페퍼 — 이 다섯 가지 음식이 혈관 확장과 혈전 예방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과정에서였습니다.
혈관확장을 돕는 식품, 비트와 석류의 진짜 역할
비트를 처음 먹어봤을 때 솔직히 맛이 낯설었습니다. 흙냄새 같은 게 나면서 달짝지근한 그 맛이 익숙하지 않아서 꽤 오래 손을 안 댔거든요. 그러다 혈관 건강 자료를 찾아보다가 비트의 무기 질산염(inorganic nitrate) 함량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서는 다시 보게 됐습니다. 여기서 무기 질산염이란 체내에서 일산화질소(nitric oxide)로 전환되는 전구물질입니다. 일산화질소는 혈관 벽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관의 직경을 넓히는 데 관여하는 물질이거든요.
비트를 먹으면 그 속의 질산염이 침샘을 거쳐 구강 내 세균에 의해 아질산염(nitrite)으로 전환되고, 이후 위와 혈액을 통과하면서 일산화질소가 만들어집니다. 2016년 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메타분석에서는 무작위대조시험 12건, 총 24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트 또는 무기 질산염 섭취 집단에서 혈관 내피 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고령이거나 심혈관 위험 요인이 많은 참가자에서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고 하니, 맹신보다는 꾸준한 식단 구성의 일부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석류 역시 제가 직접 챙겨 먹으면서 느낀 게 있는데, 즙으로 마실 때보다 씨째로 씹어 먹었을 때 포만감이나 식감이 훨씬 좋았습니다. 석류에는 푸니칼라진(punicalagin)과 안토시아닌(anthocyanin) 같은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폴리페놀이란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반응을 억제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인데, LDL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 혈관 벽에 쌓여 죽상경화 플라크를 형성할 수 있고, 이 플라크가 커질수록 혈관 내부가 좁아집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임상영양사 줄리아 줌파노(Julia Zumpano, RD, LD)는 석류가 동맥 플라크 축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출처: Cleveland Clinic Health Essentials).

좁아진 혈관
혈전예방의 핵심, 등 푸른 생선과 오메가 3의 작동 방식
고등어가 혈전까지 막는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좀 과장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파고들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핵심은 EPA(에이코사펜타엔산)와 DHA(도코사헥사엔산)라는 오메가 3 지방산입니다. 여기서 EPA와 DHA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보충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입니다. 고등어, 연어, 정어리, 청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 이 지방산의 대표적인 공급원이죠.
EPA와 DHA는 혈액 속 중성지방 농도를 낮추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혈소판이 서로 응집되는 과정을 억제해 혈전(blood clot) 형성 가능성을 낮추는 데도 관여합니다. 혈전이란 혈액이 응고되어 덩어리를 이루는 것인데, 이것이 혈관을 막으면 동맥이나 정맥의 혈류가 차단돼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혈전 예방은 혈액순환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바꿔본 식단 중에서 가장 지속하기 쉬웠던 것이 주 2~3회 고등어 반찬이었습니다. 연어나 참치도 좋지만, 가격 면에서 고등어가 훨씬 부담이 없거든요.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혈관외과 전문의 키스 오자키(C. Keith Ozaki, MD)는 지중해식 식단에 포함된 생선 중심의 단백질 공급이 혈관계에 이롭다고 설명했습니다(출처: Society for Vascular Surgery). 지중해식 식단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 고등어, 연어, 정어리, 청어: EPA·DHA 함량이 높은 등푸른 생선
- EPA: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데 관여
- DHA: 혈관 내피 염증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 있음
- 섭취 빈도 권고: 주 2~3회 등푸른 생선 섭취가 현실적 목표
마늘과 카옌페퍼, 혈관을 이완시키는 향신료의 힘
마늘을 다지다 보면 특유의 강한 냄새가 나는데, 이게 사실 알리신(allicin) 때문입니다. 마늘을 자르거나 으깨면 알리나아제(alliinase)라는 효소가 작동해서 알리인(alliin)이 알리신으로 전환됩니다. 알리신이란 마늘의 대표적인 황(sulfur) 함유 화합물로, 체내에서 황화수소(hydrogen sulfide)를 비롯한 여러 황화합물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화수소는 혈관 이완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이라 마늘과 혈관 건강의 관계가 꾸준히 연구돼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좀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텍사스공대 영양과학과 크리스티나 피터슨(Kristina Petersen) 조교수가 미국심장협회(AHA) 뉴스를 통해 밝혔듯이, 혈압이나 혈중 지질에서 관찰된 효과는 대부분 상당히 고용량의 마늘 분말 보충제를 투여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제 경험상 마늘 보충제를 따로 먹기보다는 요리에 마늘을 충분히 넣는 방향이 훨씬 지속하기 쉬웠고, 과하게 기대하기보다 꾸준한 식단의 일부로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카옌페퍼(cayenne pepper)는 한국에서 접하기 좀 낯선 향신료인데, 저는 볶음 요리할 때 소량씩 넣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성분은 캡사이신(capsaicin)입니다. 캅사이신이란 감각신경의 TRPV1 수용체에 작용해 열감과 통증 신호를 유발하는 물질인데, 이 과정에서 피부 표면의 혈관이 일시적으로 확장되어 국소 혈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혈관 내피의 일산화질소 생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한 실험 연구도 존재하지만,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까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이라 과신은 금물입니다.
발목펌핑 운동, 음식만큼 중요한 생활 속 혈액순환 습관
식단만 바꾼다고 혈액순환이 눈에 띄게 달라질까요? 제 경험상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트 주스를 매일 마시면서도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으면 저녁이 되면 여전히 종아리가 팽팽하게 부었거든요. 그때 알게 된 게 발목 펌핑 운동이었습니다.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제2의 심장이란 다리 아래 고인 정맥혈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종아리 근육이 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심장이 나간 혈액을 직접 빨아들이는 힘은 전체의 10~15%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맥 혈류가 정체되고, 하지 부종이나 혈전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발목 펌핑 운동은 앉은 상태에서 발목을 위아래로 반복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동작이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해 정맥혈을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효과를 냅니다. 저는 폼롤러에 종아리를 올려두고 발목을 위아래로 10~20회씩, 하루에 5세트 정도 반복하는 방식을 써봤는데 예상보다 다리가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전신 혈류 순환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발목 펌핑만으로 전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루 30~40분의 유산소 운동, 아침 공복에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수분 섭취, 그리고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까지 병행했을 때 체감 효과가 훨씬 컸습니다. 38도 내외의 따뜻한 물로 하는 반신욕도 혈관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배꼽 아랫부분만 담그는 방식이 무리가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트 주스와 비트 생식 중 혈액순환에 더 좋은 건 뭔가요?
A. 무기 질산염은 비트 자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생식이든 주스든 섭취 자체가 핵심입니다. 다만 시판 비트 주스 중에는 첨가당이 포함된 제품이 있으니, 성분표를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직접 갈아서 마시거나 슬라이스로 샐러드에 넣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Q. 혈액순환이 안 좋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손발 저림, 수족냉증, 다리 부종, 두통, 피로감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심해지면 하지정맥류나 혈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늘 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으면 혈관 건강에 더 효과적인가요?
A. 연구에서 관찰된 효과는 대체로 고용량 마늘 분말 보충제를 사용한 경우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일반적으로 보충제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방식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제 생각에도 요리에 마늘을 충분히 쓰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접근입니다.
Q. 발목 펌핑 운동은 하루에 몇 번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한 세트에 10~20회, 하루 5세트가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기준입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처럼 앉아 있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으면 꾸준히 실천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제 경우에는 오전 업무 중 1시간마다 한 세트씩 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결론
혈액순환은 특정 슈퍼푸드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제가 직접 부딪혀보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비트의 무기 질산염, 등푸른 생선의 EPA·DHA, 석류의 폴리페놀, 마늘의 알리신, 카옌페퍼의 캅사이신 — 이 성분들은 각각 혈관 확장, 혈전 예방, 산화 억제 등에 관여하지만, 어느 하나를 집중적으로 먹는다고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 음식들을 균형 있게 식단에 포함하면서 동시에 발목 펌핑 같은 소소한 운동 습관, 충분한 수분 섭취, 그리고 1시간 간격으로 자리를 일어나는 것을 병행했을 때 체감 효과가 훨씬 컸습니다. 거창하게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저녁 고등어 한 토막과 발목 펌핑 10회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코메디닷컴 — 혈액 순환 개선하는 방법과 식품 10 / YouTube — 발목 펌핑 운동 (한이사 박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