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당뇨병성족부병변, 말초신경병증, 고압산소치료, 당뇨합병증, 족부궤양, 당뇨발예방
당뇨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어도 발이 썩을 수 있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변)은 혈당 관리를 어느 정도 하는 환자에게도 생깁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약 600만 명에 이르고 내당능 장애 인구까지 합치면 2,000만 명에 육박하는 지금, 발 하나를 잃는 일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건강한 발
당뇨발 의심 증상, 통증이 없어서 더 무섭다
일반적으로 발에 문제가 생기면 아프기 때문에 바로 알아챌 수 있다고들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당뇨발의 핵심 위험은 정반대입니다. 감각이 없어서, 즉 아프지 않아서 상처가 곪을 때까지 방치된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 현상의 원인이 바로 말초신경병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입니다. 말초신경병증이란 오랜 고혈당 상태가 심장에서 가장 먼 팔다리 끝 신경부터 서서히 파괴해 감각·운동·자율신경 기능을 떨어뜨리는 합병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발이 느끼는 통증 경보 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당뇨발을 앓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발 속에 돌이 들어간 줄도 몰랐다거나 발바닥에 상처가 난 채로 며칠을 걸었다는 사례가 꽤 됩니다.
그러면 어떤 신호로 의심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해 봤을 때, 가장 실용적인 다섯 가지 징후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발 색깔 변화 — 발가락이 푸르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 혈류가 심각하게 막혔다는 신호입니다
- 온도 이상 — 발끝이 얼음처럼 차갑거나, 반대로 특정 부위만 화끈거리며 부어오르는 경우
- 극심한 건조·균열 — 자율신경 손상으로 땀샘 기능이 떨어져 발바닥이 갈라집니다
- 이상 감각 — 저림, 작열감, 모래 위를 걷는 듯한 이물감이 초기부터 나타납니다
- 발 모양 변형 —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 내재근이 약해져 발 아치가 무너지거나 발가락이 굽기도 합니다
72시간 이상 지속되는 통증, 갑자기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 발적·부종·고름이 동반되는 경우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출처: 예손병원 족부센터). 특히 발가락 색이 검게 변했다면 그날 바로 응급에 준하는 처치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부분은 무좀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좀은 불편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피부 질환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당뇨 환자에게는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는 경로가 곧바로 감염 통로가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는 경로여서, 당뇨가 있다면 무좀조차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재발 원인과 치료, "나았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
당뇨발 궤양이 겉으로 아물었다고 해서 완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이해했는데, 실제 데이터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뇨발 궤양은 치료 후 1년 안에 30%, 3년 안에 무려 50%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부 표면은 닫혀 있어도 근본 원인인 말초혈관질환과 신경 손상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재발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가 말초혈관질환(peripheral artery disease, PAD)입니다. PAD란 당뇨로 인해 발과 하지로 이어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극도로 부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혈액이 제대로 닿지 않으면 면역세포도, 산소도, 영양분도 상처 부위에 닿지 못합니다. 새살이 돋아도 구조 자체가 약하고, 조금만 압박이 가해지면 다시 터집니다.
또 한 가지 경로는 잠재 감염입니다. 피부 표면이 닫혔어도 힘줄(건)이나 뼈 주변에 남아있던 세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골수염(osteomyelitis)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골수염이란 세균이 뼈조직 자체를 감염시키는 상태로, 이 단계에 이르면 약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괴사 조직 제거술 같은 수술적 개입이 불가피해집니다.
치료 쪽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방법은 고압산소치료(Hyperbaric Oxygen Therapy, HBOT)였습니다. HBOT란 2 기압 이상으로 압력이 높아진 밀폐 챔버 안에서 100%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으로, 혈중 산소 농도를 일반 상태보다 훨씬 높여 상처 부위에 산소를 강제로 공급하는 원리입니다. 신생 혈관 생성을 촉진하고 세균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혈관 재개통 시술과 함께 당뇨발 대절단을 줄이는 핵심 축으로 쓰입니다(출처: 조선일보 이러면 낫는다).
혈관이 심하게 막혔다면 경피적 동맥확장술이나 혈관우회이식술 같은 혈관 재건 수술이 필요하고, 피부 재생이 부족한 부위는 피판술이나 피부이식술로 덮어 2차 감염을 막습니다. 이렇게 여러 과가 함께 움직이는 다학제 접근이 절단율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절단 수술이면 치료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는데, 발목 위를 절단하는 대절단과 발목 아래 발가락 쪽만 절단하는 소절단은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는 점에서 얼마나 빨리 전문 치료를 받느냐가 생명과 직결됩니다.
재발을 막는 일상 관리
치료 이후 관리가 치료 자체만큼 중요합니다. 제가 실제로 관련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결과, 가장 단순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결국 재발로 이어지더군요. 금연은 선택이 아닙니다. 담배 연기 속 성분이 이미 좁아진 말초 혈관을 더 수축시키기 때문에, 당뇨발 환자가 흡연을 계속한다는 것은 치료 효과를 스스로 지우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찜질방이나 전기장판처럼 발에 직접 열이 닿는 상황도 피해야 하는데,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화상이 나도 모릅니다. 최근 유행하는 맨발 걷기 역시 당뇨 환자에게는 흙 속 세균이 상처로 침투하는 경로가 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약 먹으면 당뇨발은 안 생기는 거 아닌가요?
A. 약을 먹는다고 혈당이 완벽하게 조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난치성 환자도 있고, 이미 진행된 말초신경 손상은 혈당을 낮춘다고 해서 즉각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 복용과 별개로 매일 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 발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집에서 소독하면 되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작은 상처는 자가 처치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당뇨 환자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1cm 내외의 작은 상처라도 혈류 부족 상태에서는 면역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봉와직염이나 골수염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습니다. 발견 즉시 족부 전문 정형외과에서 진료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Q. 고압산소치료는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가요?
A. 주로 혈류가 부족해 상처 부위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됩니다. 2주 과정으로 진행하며 신생 혈관 생성을 촉진해 감염 예방과 피부 재생을 돕습니다. 단, 혈관이 심하게 막힌 경우에는 혈관 재건 수술과 병행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발톱은 어떻게 깎아야 당뇨발 예방에 좋나요?
A. 위생을 위해 짧고 둥글게 깎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오히려 내성 발톱을 유발해 살을 파고드는 상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자로, 그리고 너무 짧지 않게 자르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발톱 주변에 발적이나 부종이 생기면 통증 유무와 관계없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Q.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데 당뇨 환자도 괜찮지 않나요?
A. 일반인에게 맨발 걷기가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가 검토한 전문의 소견과 자료들은 당뇨 환자에게는 명확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발 감각과 방어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흙바닥을 걸으면 상처가 나기 쉽고, 흙 속 세균이 그 상처로 침투하는 경로가 생깁니다. 실내에서도 반드시 실내화를 신을 것을 권합니다.
결론
당뇨발로 인한 사지 절단의 최소 50%는 예방과 초기 진료로 막을 수 있다는 수치가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반을 막을 수 있다는 건 결국 발을 잃는 사람 중 절반은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합병증은 "나는 그렇게까지 되진 않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하루 한 번, 잠들기 전 30초만 발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색이 이상하거나, 어딘가 부어있거나, 평소와 다른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면 그날 바로 족부 전문 정형외과 진료를 예약하는 것이 맞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가 발 하나를 지키는 마지노선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