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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50대에 치매 진단을 받은 분이 있습니다. 연구직에 종사하던, 누구보다 머리가 좋다고 알려진 분이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솔직히 꽤 오래 멍했습니다. 저도 60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치매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 일처럼 느껴집니다. 치매는 완치가 어렵지만, 어느 단계에서 발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조증상부터 말기까지, 단계별로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제가 직접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을 나눕니다.
전조증상, 어디까지가 건망증이고 어디서부터가 위험 신호일까요
저도 평소 건망증이 심한 편입니다. 자주 쓰는 물건을 어디 뒀는지 몰라 한참 찾는 일이 반복되고, 기억력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을 받을 때면 '이게 치매 시작인가?' 하는 걱정이 스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가장 꼼꼼히 들여다봤습니다.
치매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정상 → 주관적 인지장애 → 경도 인지 장애(MCI) → 치매, 이 순서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주관적 인지장애란 본인 스스로는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객관적인 검사 결과는 정상 범주에 드는 단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만 느끼는 이상함"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인지 능력 검사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MCI)입니다. MCI란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인식 등 여러 인지 기능이 객관적으로 저하됐지만 아직 혼자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주관적 인지장애와 달리 주변 사람들도 눈치챌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치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건망증과 초기 치매를 구분하는 기준도 제가 직접 확인해 봤는데, 핵심은 메타인지 여부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으로,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을 떠올리고 잊었다는 사실에 당황합니다. 반면 치매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화를 내는 반응을 보입니다(출처: 여성경제신문,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뇌인지학과 교수 인터뷰).
또 한 가지,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도 주의해야 합니다. 가성치매란 실제 뇌 손상은 없지만 심한 우울 상태로 인해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는 상태입니다. 본인이 인지 저하를 심각하게 호소하면서도 의욕이 완전히 없는 것이 특징인데, 항우울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감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집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험 신호
전문가들이 꼽는 가정 내 관찰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두세 가지가 반복된다면 전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똑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한다
-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 같은 지시 대명사 사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음식 맛이 달라졌다거나 요리 순서가 헷갈린다고 한다 (후각·미각 변화 및 수행 능력 저하)
- 평소 잘 다루던 가전제품이나 기기를 꺼리거나 사용을 포기한다
- 온화하던 성격이 갑자기 불같이 바뀌거나, 도둑망상처럼 근거 없는 의심이 생긴다
마지막 항목인 성격 급변은 뇌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나이 들면 다 저래"라고 흘려넘기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정말 쉽게 그냥 넘길 수 있는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초기·중기·말기, 단계가 달라지면 필요한 것도 달라집니다
지인 중 한 분은 서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걸 스스로 느끼고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지금 거의 정상에 가깝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분은 뒤늦게 발견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같은 치매라도 언제 개입하느냐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주변 사례를 통해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혼자 일상생활이 대체로 가능합니다. 다만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가스불·현관문을 깜빡 잠그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무기력감과 의욕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것도 초기의 특징입니다. 이 시기에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 계열의 경구용 치료제를 시작하면 5년 후 중증으로 진행되어 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을 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개발된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주사를 병행하면 진행 속도를 약 25% 더 늦출 수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란 뇌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단백질 덩어리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여성경제신문).
중기로 접어들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평소 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잃거나,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얼굴을 못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동문서답이 잦아지고, 목적 없이 배회하거나 엉뚱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행동 심리 증상(BPSD)이 두드러집니다. BPSD란 치매에 동반되는 우울, 불안, 환각, 공격성 같은 비인지적 증상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는 데이케어센터 같은 전문 요양 기관의 도움을 병행하는 것이 본인과 보호자 모두를 위한 선택입니다.
말기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해집니다. 과거 기억까지 사라져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화장실 사용이나 식사, 환복 같은 기본적인 일상도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근육이 퇴행하여 거동이 어려워지는 것도 이 단계의 특징입니다. 보호자의 번아웃이나 우울증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시기이기도 해서, 정부 지원 제도나 전문 기관 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으면 재가 서비스나 시설 이용 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치매 안심 센터를 통해 인지 강화 프로그램과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고, 초기라면 지역 주민센터나 치매 안심 센터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출처: 에로움 치매 정보).
자주 묻는 질문
Q. 건망증이 심한데 치매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오고, 잊었다는 사실 자체를 본인이 인식한다면 단순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힌트를 줘도 기억이 나지 않거나, 같은 질문을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하거나, 성격이 눈에 띄게 변했다면 전문의 상담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 안심 센터에서 무료로 인지 기능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부담 없이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Q. 치매 검사는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중 어디를 가야 하나요?
A. 보행 장애, 손 떨림, 마비 같은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과가 적합합니다. 반면 환청, 망상, 공격성, 심한 우울감이 주된 문제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먼저 찾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어느 쪽이든 치매를 전공한 전문의인지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경도 인지 장애(MCI)가 있으면 무조건 치매로 이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MCI 단계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치매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이 악화를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주 3~5회 유산소 운동, 활발한 사회 교류, 두뇌를 쓰는 활동 병행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인지 기능 검사를 통해 변화를 추적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Q. 치매 초기에 약을 먹으면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A. 조기에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 계열 치료제를 시작하면 5년 후 중증 시설 입소 가능성을 약 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주사가 개발되어 진행 속도를 추가로 약 25% 지연시키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약물 단독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과 병행할 때 효과가 더 큽니다.
Q. 정년 후 활동량이 줄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나요?
A. 사회적 위축과 고립은 경도 인지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정년 이후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신경 써야 할 변화입니다. 지자체 프로그램 참여, 새로운 취미 시작, 규칙적인 운동 루틴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지금부터 퇴직 후 루틴을 미리 구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결론
치매가 두려운 이유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변 사례들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같은 진단을 받아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완치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행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60대를 앞두고 저 스스로도 이제 정기적인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아볼 생각입니다. 웩슬러 지능 검사나 신경심리검사처럼 정밀한 검사가 부담스럽다면, 치매 안심 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본 검사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즉 꾸준한 운동, 사회 교류 유지, 수면 습관 관리부터 하나씩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에로움 치매 정보 / 여성경제신문 김기웅 교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