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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나서 한동안 전원생활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석 달을 못 버티겠더군요. 몸에 밴 수십 년의 일하는 리듬이 그냥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요즘 복지부가 AI 기술을 복지·돌봄 현장에 본격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돌봄을 받는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판을 만드는 세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돌봄 기술, 뭐가 달라지는 걸까
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부터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수행기관 공모를 시작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총 280억 원을 투입해 복지·돌봄 분야 5개 영역에서 AI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또 예산 나눠 먹기 아닌가' 싶었는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다섯 분야 중 제 눈길을 가장 먼저 끈 건 RAG 기술 기반의 지역특화 복지서비스 안내 AI였습니다. 여기서 RAG란 검색 증강 생성(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AI가 엉뚱한 답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줄이기 위해, 관련 문서를 먼저 검색한 뒤 그 내용을 토대로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흩어진 복지 정책을 한 곳에서 개인 맞춤으로 안내해준다는 건데, 제가 직접 써봤으면 진작 좋았겠다 싶은 서비스입니다.
AI 스마트홈 돌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IoT(사물인터넷)와 AI를 결합해 24시간 생활밀착형으로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IoT란 가정 내 각종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뜻합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자동으로 감지해 돌봄 종사자에게 알리는 방식이지요. 이게 단순히 CCTV 달아두는 것과 다른 이유는, AI가 생활 패턴을 학습해서 '오늘따라 뭔가 다르다'는 판단 자체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에이지테크(Age-tech) 기반의 고령친화기술도 흥미롭습니다. 에이지테크란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는 기술 분야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AI 기반 스마트 보행보조차 개발을 지원하는데, 걷는 패턴과 균형 변화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낙상 위험 상황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제한하거나 제동을 걸어주는 기능을 담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행보조차를 그냥 바퀴 달린 지팡이로만 봤는데, 여기에 AI가 들어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 심리케어 AI: 대화·생활 습관·사회적 활동량 분석으로 고독사·고립 위기 조기 탐지 (5개 과제)
- 지역특화 복지서비스 안내 AI: RAG 기술로 개인 맞춤 복지서비스 추천 (2개 과제)
- AI 스마트홈 돌봄: IoT·AI 결합 24시간 자립생활 지원 플랫폼 (5개 과제)
- 스마트 사회복지시설: AI·IoT·로보틱스로 장기요양시설 업무 부담 경감 (3개 과제)
- 에이지테크 기반 고령친화사업 지원: AI 스마트 보행보조차 개발 (1개 과제)
인생 2막, 돌봄 받는 쪽이 아니라 만드는 쪽
한 고령사회 전문가는 2026년 시니어 트렌드를 PACE 키워드로 압축했습니다(출처: 매경이코노미스트). 파크골프(Park-golf), 매력(Appeal), 커뮤니티(Community), 교육(Education)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신청년'이라 불리는 액티브 시니어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 전면에 나서는 시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저는 이 분석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노인'이라는 호칭보다는 신청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어거지 같은 신조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말에 기대는 건, 사회의 퇴물로 대접받기 싫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막연히 "뭔가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움직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려니 기술이 부족하고, 인맥도 얇고, 내가 가진 경륜에 비해 주어지는 선택지는 실망스럽습니다. 그 현실의 벽이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더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판단력은 AI가 대체할 수 없지만, AI는 제가 약한 부분—정보 수집,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을 빠르게 채워줍니다. 이 조합이 제2의 경력을 만드는 데 실질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일에서 급여는 솔직히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집중해서 의미 있는 결실을 얻어낸다면, 그로 인한 성취와 보람이 저를 춤추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리가 떨리기 전까지는 오지 여행을 계속하고 싶고, 높은 산도 오르고 싶습니다. 외모와 체력을 가꾸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조건 절약하고 청빈을 미덕으로 여기던 삶의 방식은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80대에 보디프로필을 찍는 어르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리 아닌가" 싶은 생각보다 "멋있다"는 감탄이 먼저 나왔다면—그게 바로 이 세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창회나 향우회 대신 취미를 중심으로 새로운 만남을 찾는 것도 이미 실천 중입니다. 소위 '약한 고리(weak-tie)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과거 인연이 아니라 현재 관심사로 연결된 공동체입니다. 이런 모임이 자존감을 올려준다는 건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보다, 새로운 주제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오히려 더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복지부 AI 돌봄 사업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A. 2025년 3월 26일부터 분야별 전담기관 누리집을 통해 수행기관 공모가 시작됩니다. 심리케어 AI와 지역특화 복지서비스 안내 AI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스마트 사회복지시설은 중앙사회서비스원, 에이지테크 기반 고령친화사업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공모 안내를 확인하면 됩니다. 기업 설명회는 3월 31일 서울 로얄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립니다.
Q. 에이지테크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일반인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요?
A. 에이지테크(Age-tech)는 고령자의 생활 편의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기술 전반을 뜻합니다. 이번 사업에서 개발되는 AI 보행보조차처럼, 낙상 예방이나 자립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 상용화 제품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신청년이라는 개념, 그냥 마케팅 용어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단어가 담고 있는 태도—나이와 무관하게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는 꽤 실질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액티브 시니어, 뉴시니어 같은 기존 표현들을 아우르는 말로,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Q.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선택지가 많지 않고 경륜에 비해 실망스러운 제안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부딪혀보니 기술 격차와 인맥 부족이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하지만 AI 도구를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고, 급여보다 의미와 성취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길이 없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 총체적인 역량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AI 돌봄 기술의 발전은 고령자를 수동적인 서비스 수혜자로만 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에이지테크와 스마트홈, RAG 기반 복지 안내 AI가 현장에 자리를 잡으면, 지금 50·60대가 70·80대가 되었을 때 맞닥뜨리는 환경은 분명 지금과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알아서 인생 2막을 열어주지는 않습니다. 남은 삶의 시간을 냉정하게 가늠하고, 도전할 대상을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배움과 커뮤니티로 삶에 리듬을 되찾는 것—그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미 그 길 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보건복지부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 공고 / 매경이코노미스트 — 2026 시니어 트렌드 '신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