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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치매예방, 보청기, 청력저하, 뇌건강, 노인성난청, 인지기능

귀가 어두워지는 게 그냥 나이 드는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50대 중반의 한 지인이 갑자기 간단한 암산조차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지인은 난청이 심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건망증이 겹쳤습니다. 청력 저하와 인지 기능 저하, 이 두 가지가 정말 무관한 걸까요?
청력저하가 뇌를 갉아먹는다는 게 정말일까
저도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귀 문제가 뇌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이건 추측이 아니라 꽤 단단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약 5명 중 1명이 어느 정도의 청력 손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약 30%, 8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 난청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진단도 치료도 받지 않고 그냥 삽니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고 넘기는 거죠.
문제는 그 방치가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뇌는 소리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소리를 해석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합니다. 감각신경성 난청(sensorineural hearing loss)이 생기면 — 여기서 감각신경성 난청이란,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에 문제가 생겨 뇌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 자체가 약해지는 유형을 말합니다 — 뇌는 부족한 청각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그 에너지는 기억력이나 판단력 같은 다른 인지 기능에서 끌어와야 하니, 결국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 소모되는 구조입니다. 인지 예비능이란 뇌가 손상이나 노화에 맞서 기능을 유지하는 완충 능력을 뜻합니다.
2024년 란셋 치매 예방 위원회(Lancet Commission) 보고서에서는 난청을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와 연관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공식 지목했습니다(출처: The Lancet Commissions).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난청은 단순히 듣기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modifiable risk factor)이라는 것입니다. 수정 가능하다는 말은 곧, 지금 관리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를 돌아보면, 핸드폰 볼륨을 예전보다 훨씬 높여야 상대방 말이 제대로 들리는 지경이 된 게 꽤 됐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전화 통화를 아예 피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피로가 쌓이면 일시적으로 그런 거겠지"라고 합리화했는데, 실제로 수면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청각 기능이 더 떨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수면 중에 뇌는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노폐물을 청소합니다. 베타아밀로이드란 뇌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조각으로, 과도하게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물질입니다. 잠을 못 자면 이 청소가 덜 되고, 청각 기능도 떨어지고, 뇌 환경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 TV 볼륨이 예전보다 커졌다
- "뭐라고?"를 자주 반복하거나, 되묻는 횟수가 늘었다
- 전화 통화가 이전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를 슬쩍 피하게 된다
- 가족이 먼저 "잘 못 듣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위 다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자각은 했는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만, 그게 바로 방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보청기가 뇌건강을 지킨다, 그 말을 믿어도 될까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처음 반응은 "보청기는 좀 그렇지 않냐"였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직 한창 일하는 나이에 보청기를 낀다는 게 왠지 더 늙어 보이는 것 같고, 남에게 보여지는 것도 내키지 않는 거죠.
그런데 제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홍콩대학교 연구팀이 한국을 포함한 33개국 55세 이상 난청 성인 6만 명 이상을 장기 추적한 연구에서,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이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평균 9% 낮았습니다. 특히 보청기 착용 후 실제 청력이 개선된 그룹에서는 치매 위험이 14%까지 감소했습니다. 이 수치가 흥미로운 이유는, 보청기를 꼈다는 사실 자체보다 '실제로 잘 들리게 됐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 볼륨을 키우는 기기가 아닙니다. 뇌에 지속적인 청각 자극을 전달해서 청각피질(auditory cortex)이 위축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청각피질이란 뇌에서 소리를 처리하는 영역으로,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 이 영역이 점차 다른 감각 처리에 재배정되면서 청각 기능 자체가 더 빠르게 퇴화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쓰지 않으면 잃는다는 원리입니다.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고 청각장애 판정을 받아 등록된 경우, 보청기 급여 지원 제도를 통해 구입비와 적합 관리 비용을 포함해 최대 약 131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난청 검사나 보청기 구입비 지원 사업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주 지역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제 경험상, 청력 문제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피로할 때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청각 기능이 더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도, "컨디션이 나쁜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으니까요. 그런데 뇌기능에 좋은 것들이 청력 유지에도 연결된다는 게 이번에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입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줄이고 —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현상으로, 반복되면 혈관 염증을 촉진하고 뇌 대사를 악화시킵니다 —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 이 기본들이 난청 예방과도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난청이 치매로 직접 이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연관성만 있는 건가요?
A. 난청이 치매를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2024년 란셋 치매 예방 위원회 보고서는 난청을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와 연관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청력 저하가 뇌의 인지 자원을 소모시키고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결합되면서 위험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Q. 50대에 보청기를 끼는 게 너무 이른 건 아닌가요?
A. 보청기의 적정 시기는 나이가 아니라 청력 손실의 정도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판단합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보청기를 일찍 사용할수록 청각피질의 위축을 막는 데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여지는 게 신경 쓰인다면, 최근에는 초소형 제품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Q. 난청 예방에 효과 있는 생활 습관이 있나요?
A. 뇌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이 청력 유지와도 직결됩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뇌의 노폐물 청소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생선과 항산화 채소, 과일도 만성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어폰 볼륨을 낮추고 소음 노출을 줄이는 것도 소음성 난청(noise-induced hearing loss) 예방의 핵심입니다.
Q. 건망증이 심해졌는데 바로 치매를 의심해야 할까요?
A. 건망증만으로 치매를 단정짓는 것은 섣부릅니다.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갑상선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인지 기능 저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건망증과 함께 난청, 계산 능력 저하 같은 복합적인 증상이 겹친다면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조기에 확인할수록 대처 여지가 훨씬 넓습니다.
결론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난청을 노화로만 받아들이던 시각이 이번 계기로 바뀌었습니다. 청력 저하는 귀만의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 전체와 연결된 신호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수정 가능하다는 점이 오히려 다행스럽습니다.
지금 당장 보청기를 결정하기보다,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다음은 수면, 혈당, 운동 같은 뇌 환경 관리가 청력 유지와 같은 방향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제 경우엔 핸드폰 볼륨부터 한 칸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작은 데서 시작하지 않으면, 큰 변화도 없다고 믿으니까요.
참고: 조선일보 탑클래스 - 난청과 치매 위험 / 조선일보 탑클래스 - 치매 예방 10가지 매듭 / 서울아산병원 - 난청 질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