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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배수구를 보니 머리카락이 한 움큼 뭉쳐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을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 줄어들 기미가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고, 당뇨와 고혈압을 30년 넘게 관리해 온 지인도 올가을 들어 부쩍 머리가 빠진다고 하셨습니다. "계절 탓이야"라는 말이 위안이 되는 시기가 있지만, 그 말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가장 흔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계절성 탈모가 맞는지 판단하는 법
가을이 되면 탈모를 호소하며 피부과를 찾는 환자가 실제로 늘어납니다. 여름철 강한 자외선이 성장 중인 모낭을 휴지기로 밀어 넣고, 땀과 피지로 두피 상태가 나빠진 영향이 가을 초입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구조입니다. 낮이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것도 모발 주기를 교란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계절 탓이야"라고 넘겨도 되는 탈모와 병원에 가야 하는 탈모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저도 처음에는 빠지는 개수를 세는 데 집착했는데, 사실 의학적으로 하루 100개 이하의 모발 탈락은 정상 범주에 속합니다(출처: YTN 사이언스 / 분당서울대병원 신정원 교수 인터뷰). 개수보다 훨씬 중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지속 기간입니다. 몇 주 반짝 많이 빠지다 줄어든다면 계절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수개월째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모발 밀도의 변화입니다. 정수리, 가르마, 헤어라인 쪽의 숱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 "가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절 탓으로 돌리는 습관 자체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가장 일상적인 함정이라는 게 제가 여러 정보를 찾아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입니다.

떨어져 쌓인 낙엽
안드로겐성 탈모와 휴지기 탈모, 다르게 봐야 한다
탈모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치료법이 아예 다르기 때문입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자주 거론되는데, 그중 일반적으로 "탈모"라고 부를 때 가장 많이 해당하는 것이 안드로겐성 탈모(Androgenetic Alopecia)입니다. 여기서 안드로겐성 탈모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두피 특정 부위의 모낭이 점차 소형화(miniaturization)되어 모발이 가늘어지고 결국 나지 않게 되는 탈모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모낭 자체가 서서히 쪼그라드는 것입니다.
반면 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는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서 휴지기 탈모란 일정 비율(보통 10%)로 유지되어야 할 휴지기 모낭의 비율이 20~30%까지 치솟으면서 전체 두피에 걸쳐 급격히 빠지는 현상입니다. 스트레스, 고열, 급격한 체중 감소, 수면 부족 등이 2~3개월 전에 있었다면 이쪽을 먼저 의심해봐야 합니다. 대부분 3~6개월 안에 저절로 호전된다는 점도 안드로겐성 탈모와 다른 부분입니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핵심은 모발의 굵기와 분포 패턴입니다. 전체적으로 갑자기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휴지기 탈모를, 정수리나 헤어라인처럼 특정 부위에서 굵은 머리카락과 가는 머리카락이 섞여 있다면 안드로겐성 탈모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받았으니까 스트레스성 탈모겠지"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합니다. 저도 이 두 가지를 처음에 뭉뚱그려 생각했는데, 구분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안드로겐성 탈모: 특정 부위(정수리·헤어라인) 모발이 서서히 가늘어짐, 모낭 소형화 진행
- 휴지기 탈모: 두피 전반에 걸쳐 갑자기 많이 빠짐, 2~3개월 전 스트레스·고열·다이어트 등 원인이 있는 경우 많음
- 원형탈모: 자가면역 반응으로 동그란 형태로 빠짐, 심하면 전두탈모로 진행 가능
당뇨·고혈압 환자의 탈모, 일반 탈모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아버지 경우를 살펴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혈압약과 당뇨약을 꾸준히 복용해 온 분이 갑자기 탈모가 심해졌을 때, 단순히 나이 탓이나 계절 탓으로만 보기엔 뭔가 놓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미세혈관이 좁아지거나 손상됩니다. 모낭은 두피의 미세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 혈류가 줄어들면 모낭이 버티는 힘 자체가 약해집니다. 여기에 175cm·60kg처럼 마른 체형이라면 당뇨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아연, 철분 같은 모발 생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졌을 가능성도 큽니다. 모발의 주성분은 케라틴(Keratin) 단백질입니다. 케라틴이란 머리카락과 손톱을 구성하는 섬유성 구조 단백질로, 이것이 부족하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쉽게 끊어집니다(출처: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칼럼).
약물 부작용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고혈압약 중 베타차단제 계열은 드물게 두피 혈류 감소로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고, 당뇨약 중 메트포르민(Metformin)을 수십 년 장기 복용하면 비타민 B12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해지면 탈모뿐 아니라 빈혈, 신경계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혈액 검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탈모 샴푸나 영양제에만 기대다가 주치의와의 상담을 미루는 건, 제가 보기엔 가장 피해야 할 선택입니다.
미녹시딜과 탈모 치료제, 선택 전에 따져야 할 것들
탈모 치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미녹시딜(Minoxidil) 외용제입니다. 미녹시딜이란 두피 미세혈관을 확장해 모낭에 혈류와 영양 공급을 늘려주는 성분으로, 원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입니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로 많이 쓰이는데, 여기서 고혈압 환자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두피로 흡수된 미녹시딜 성분이 아주 드물게 혈압 저하, 심장 두근거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혈압약을 복용 중인 분이라면 그 상호작용을 의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제가 직접 알아봤는데, 많은 분이 이 부분을 빠뜨리고 먼저 구매부터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게 좀 위험하다고 느꼈습니다.
먹는 탈모약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나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도 선택지입니다. 이 성분들은 탈모의 원인이 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DHT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효소에 의해 변환된 물질로, 모낭을 소형화시키는 주범입니다. 약물 복용 환자의 90% 정도에서 탈모 진행이 멈추고, 60~70%에서 실제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성 기능 저하 부작용이 5~6% 정도에서 초기에 나타날 수 있지만 약을 끊게 되는 경우는 1~2% 수준이며 복용 중단 시 대부분 회복됩니다.
비오틴(Biotin, B7)과 비타민 C를 보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오틴은 케라틴 합성을 돕는 조효소 기능을 하며, 탄수화물 대사를 촉진해 혈당 관리에도 일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 C는 활성산소(ROS)를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두피 환경을 개선합니다. 당뇨 환자라면 당분이 포함된 구미 형태보다는 알약 형태가 낫습니다. 다만 이런 영양제가 치료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병원 진료를 병행하면서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루에 머리카락이 몇 개 빠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하나요?
A. 의학적으로 하루 100개 이하의 모발 탈락은 정상 범주로 봅니다. 빠지는 개수 자체보다는 평소보다 확연히 많이 빠지는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지, 정수리나 가르마의 모발 밀도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탈모 샴푸를 쓰면 탈모가 나아질 수 있나요?
A. 탈모 샴푸에 모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있긴 합니다. 다만 두피에 잠깐 머물다 씻겨 나가는 특성상 유효 성분이 충분히 흡수되어 모발 성장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샴푸 사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에만 의존하다 병원 진료가 계속 미뤄지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Q. 당뇨 환자는 탈모약을 먹어도 되나요?
A.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같은 먹는 탈모약이 혈압약·당뇨약과 크게 충돌한다는 보고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 간 상호작용이나 개인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목록을 정확히 알리고 처방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Q. 원형탈모는 초기에 바로 치료해야 하나요?
A. 작은 탈모반이 한두 개 나타난 초기 원형탈모는 자연적으로 모발이 다시 자라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방치를 권하는 건 아닙니다. 초기 치료의 핵심 목적은 이미 빠진 모발을 빠르게 되살리는 것보다, 탈모가 더 넓은 범위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피부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가을이 되어 머리가 빠진다고 느낄 때, "계절 탓이겠지"라고 넘기는 것이 가장 편한 선택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아버지 상황을 함께 살펴보면서 내린 결론은, 계절은 방아쇠일 뿐이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지속 기간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몇 주 안에 줄어들면 계절성일 가능성이 높고, 두 달 이상 이어지거나 특정 부위 숱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있거나 장기간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탈모 샴푸보다 주치의 상담이 먼저입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탈모 관리입니다.
참고: 하이닥 - 탈모 치료 시기와 판단법 / CNB저널 - 비오틴·비타민C와 탈모 / YTN 사이언스 - 가을철 탈모 원인과 치료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