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6. 8. 31. 13:32

근육이 뇌를 지킨다 (아이리신, 해마, 치매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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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아이리신(irisin)'이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아밀로이드 축적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도 노년에 접어들면서 대화 중 평소에 쓰던 단어조차 입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 그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뇌노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걸 이 연구를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아이리신, 근육과 뇌를 잇는 연결고리

근육이 그냥 몸을 움직이는 조직이라고만 생각하셨다면, 이 이야기가 꽤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이리신(irisin)은 골격근에 존재하는 FNDC5 단백질에서 만들어져 혈액으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입니다. 여기서 마이오카인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하는 생리활성 물질을 통칭하는 말로, 쉽게 말해 근육이 운동 중 혈액 속으로 보내는 신호 분자입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연구팀이 노인 100명을 네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세 집단은 모두 정상 집단보다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인지기능 저하가 아직 없는 단계에서도 아이리신이 낮았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모사한 3차원 세포 배양 모델 실험에서 아이리신을 처리했을 때 별아교세포가 네프릴리신(neprilysin)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네프릴리신이란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해하는 효소로, 뇌 속 노폐물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이리신이 이 청소부를 더 많이 불러들인 셈이지요.

물론 이것이 곧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막는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세포 모델 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근육에서 출발한 신호가 뇌의 병리적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제 눈에는 꽤 의미 있는 단서로 읽혔습니다.

  • 아이리신은 골격근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의 일종
  •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단계부터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낮아지는 경향
  • 아이리신 → 네프릴리신 증가 →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 경로가 세포 모델에서 확인
  • 현재까지는 연관성 확인 단계이며, 직접적 인과관계는 추가 연구 필요
요약: 운동 중 근육이 분비하는 아이리신은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분해를 돕는 효소와 연결되며, 알츠하이머 병리와 역방향 관계를 보입니다.

해마 부피와 운동량, 숫자로 드러난 관계

제가 뇌노화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기억력보다 '단어 검색 속도'가 먼저였습니다. 알던 단어인데 혀끝에서만 맴도는 그 답답함, 혹시 비슷하게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요?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hippocampus)는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손상되는 부위입니다. 해마란 기억의 형성과 공간 탐색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로, 이름처럼 해마 모양을 닮았습니다. 이 해마의 부피가 클수록 기억 기능이 잘 보존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 연구팀은 건강한 고령자 74명을 대상으로 운동량, 혈중 아이리신 농도, 자기 공명영상(MRI)으로 측정한 해마 부피를 비교했습니다. 운동량이 많을수록 아이리신이 높고, 아이리신이 높을수록 해마 부피도 컸습니다. 특히 CA1, CA3, CA4·치아이랑(dentate gyrus) 같이 기억 형성과 신경세포 생성에 직접 관여하는 세부 영역에서 이 관련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여기서 치아이랑이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몇 안 되는 뇌 부위 중 하나입니다. 이곳이 운동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저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끝이라는 오래된 상식에 금이 가는 지점이니까요.

이 연구 역시 특정 시점의 데이터를 비교한 단면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운동이 아이리신을 매개로 해마 건강과 연결될 가능성을 사람에게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 제 경험상 이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입니다.

요약: 운동량이 많은 고령자일수록 아이리신이 높고, 아이리신이 높을수록 기억 중추인 해마의 부피가 크다는 연관성이 사람 대상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치매예방, 짧은 운동도 충분할까

운동이 뇌에 좋다는 건 알겠는데, 매일 한 시간씩 달려야 한다면 솔직히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래서 한동안 "어차피 못 할 바에야" 하고 포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산둥대 연구팀이 UK 바이오뱅크 참가자들의 가속도계 데이터를 약 8년간 추적한 결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간헐적 고강도 생활 신체활동(VILPA)'으로, 계단을 빠르게 오르거나 이동 중 잠깐 뛰는 식의 짧고 강한 일상 움직임을 뜻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VILPA를 실천한 집단은 활동량이 가장 적은 집단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28% 낮았습니다.

여기서 VILPA란 별도로 운동 시간을 내지 않아도 일상의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고강도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버스 정류장 하나 전에 내려 빠르게 걷기, 이런 것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공현준 교수 연구팀은 신경 지배(innervation)를 받는 근육이 그렇지 않은 근육보다 아이리신 같은 뇌 강화 인자와 세포 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를 더 많이 분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세포 외 소포란 세포 간에 생리활성 물질을 실어 나르는 작은 입자로, 여기에 뇌신경 연결을 강화하는 마이크로 RNA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으로의 신경 공급이 줄고 이 분비 능력도 떨어진다는 사실, 저는 이게 근육량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로 보입니다.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의 뇌노화 차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근육량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봅니다. 노화 속도는 생활습관·식습관·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충분한 근육량과 그 근육의 활동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기여를 한다는 점만큼은 지금의 연구들이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요약: 별도의 운동 시간 없이 일상의 짧은 고강도 움직임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최대 28% 낮아지는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근육의 신경 지배 상태가 뇌 강화 물질 분비량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리신을 높이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요?

A.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유산소 운동과 저항성 운동 모두 아이리신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강도가 어느 정도 높을수록 분비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운동 강도가 권장됩니다. 단, 최적의 운동 종류나 빈도에 대한 표준은 아직 연구 중입니다.

 

Q. 근육량이 적으면 뇌노화가 더 빨리 오나요?

A. 근육량과 뇌 기능 사이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뇌노화의 속도가 오직 근육량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 식습관, 수면, 사회적 활동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다만 근육이 분비하는 마이오카인이 뇌 건강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근육량 유지는 뇌노화를 늦추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치매 예방을 위해 하루에 얼마나 운동해야 하나요?

A. 산둥대 연구 결과를 보면, 오랜 시간 운동하지 않아도 일상 속 짧고 강한 움직임만으로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나타났습니다. 버스를 한 정거장 일찍 내려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것처럼 이미 하고 있는 동선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볼 만합니다.

 

Q. 해마 부피는 줄어들면 다시 늘릴 수 없나요?

A. 성인 해마의 치아이랑 부위에서는 신경세포 신생(neurogenesis)이 어느 정도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이 이 과정을 촉진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으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해마 부피 유지 또는 증가와 연관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회복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운동이 감소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결론

근육과 뇌는 별개의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운동하면 근육이 아이리신 같은 마이오카인과 세포외 소포를 혈액으로 내보내고, 이 신호들이 해마의 부피와 아밀로이드 병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지금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아직 "운동이 치매를 막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는 인과관계를 확인할 장기 임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관성의 방향만큼은 이미 꽤 일관되게 같은 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뇌건강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 이미 있는 근육을 쓰는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먼저라는 겁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가벼운 저항 운동, 단백질 섭취를 빠뜨리지 않는 식사. 제 경험상 거창한 계획보다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실질적으로 훨씬 어렵고, 그래서 더 가치 있습니다.

참고: 동아사이언스 — 운동하면 근육이 뇌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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