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비만, 거미형 체형, 내장지방, 대사건강, 복부비만, 근력운동, 당뇨고혈압
몸은 말랐는데 배만 볼룩하게 나온 제 체형은 거울 앞에 서서 보면 스스로도 영 민망합니다. 60대에 접어들면서 키 175cm에 체중 60kg 미만의 마른 체형이 됐는데, 건강검진 결과지엔 당뇨와 고혈압이 나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항상 "너무 말랐어요", "살을 찌워야 합니다"라고 했고, 그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살빼는 약을 먹는 세상에 마른 게 문제가 된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거미형 체형, 나잇살이 아니었다
저는 30대부터 50대 초반까지는 일관되게 70kg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당뇨와 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로 "덜 먹는 게 약"이라는 생각으로 식사량을 계속 줄였습니다. 체중은 착실히 빠졌고, 주변에서는 "관리 잘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팔다리는 점점 가늘어지는데 복부만큼은 꼭 그대로였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건 다이어트 성공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체형을 '거미형 체형'이라고 부릅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복부만 볼록하게 나온 모양새가 거미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단순히 나이 들면서 찌는 살이 아닙니다. 출처: 다음 뉴스 김수연의 헬스업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성인 남성 복부비만 유병률은 32.4%에 달했으며, 단순 체중 증가를 넘어 복부에 지방이 집중되는 체형 변화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제 경우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마른 체형이니 안심했는데, 사실은 근육은 줄고 배 안쪽에 지방이 쌓이는 전형적인 마른 비만 상태였던 겁니다. 마른 비만이란 체중과 체질량 지수(BMI)는 정상 범위에 있지만 체지방 비율이 높고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겉은 말랐어도 속은 비만인 셈입니다. 남성 기준으로 체지방률 25% 이상이면 마른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내장지방이 진짜 문제인 이유
배를 손가락 두 개로 집어볼 적에 살이 두툼하게 잡힌다면 그나마 피하지방이 많은 것이고, 배는 나왔는데 얇게 집힌다면 거의 내장지방입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살이 거의 잡히지 않아서 등에 식은땀이 났습니다. 풍선처럼 배 안쪽이 지방으로 꽉 채워진 겁니다.
이소성 지방(ectopic fat)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이소성 지방이란 간이나 근육처럼 원래 지방이 저장되지 않아야 할 조직에 끼어드는 '숨은 지방'을 의미합니다. 피하지방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아 방치하기 쉬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질환 위험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로, 결국 당뇨로 이어지는 핵심 기전입니다.
제가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근육이 빠지면 우리 몸에서 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줄어들고, 그만큼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팔다리 근육은 더 빠지고 복부에만 지방이 집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죽 시골에서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저절로 강화된 하체근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어느새 잘못된 식단관리로 서서히 쪼그라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절제된 식단이 몸을 지킨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그 믿음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출처: 삼성서울병원 건강정보에서도 마른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므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체성분 개선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무게를 줄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 내장지방이 많으면 뱃살을 쥐어도 살이 얇게 잡힌다
- 이소성 지방은 간·근육에 축적돼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당뇨를 악화시킨다
- 근육 감소 → 기초대사량 저하 → 혈당 조절 능력 약화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 요요를 반복할수록 지방은 돌아오고 근육은 그만큼 돌아오지 않아 상태가 더 나빠진다

복부미만
대사건강 회복을 위해 지금 바꾼 것들
의사에게 체형 개선을 권고받은 뒤 정보를 하나씩 찾아 정리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그동안 제가 알았던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보다 먹는 순서가 먼저라는 것도, 공복 운동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식사에서 가장 먼저 바꾼 건 순서입니다. 채소(식이섬유) 먼저 먹고, 그다음 고기나 생선(단백질), 마지막에 밥(탄수화물) 순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주는 방식인데,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으로 인슐린을 과하게 분비시켜 내장지방 축적을 가속화합니다. 흰쌀밥을 현미와 보리, 귀리가 들어간 잡곡밥으로 바꿨고, 국물 요리와 젓갈은 최대한 줄였습니다. 매끼 생선, 두부, 달걀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시켰습니다.
운동은 혈압 때문에 접근 방식을 조심해야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작정 헬스장 가서 무거운 걸 드는 게 아니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위밍 업을 한 뒤에 스쿼트와 엉덩이 근육 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몸에서 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근육이 허벅지와 엉덩이기 때문입니다. 근력 운동 후에는 숨이 살짝 찬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실내 자전거를 탑니다. 이렇게 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고 혈압도 안정적으로 낮아진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체감이 됩니다. 단,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인 날은 미련 없이 운동을 쉬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사 건강이란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제대로 전환하고, 그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저장되고 쓰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걸 회복하는 데 식단과 운동만큼 수면도 중요합니다. 잠이 불규칙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늘고, 그게 또 복부지방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생체리듬을 지키려면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뇨·고혈압이 있을 때 운동 원칙 요약
처음에는 이 원칙들을 알면서도 실제로 지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실천해 보니 2~3주 후부터 식후 혈당 수치가 눈에 띄게 안정됐습니다. 제 경우엔 공복 운동을 완전히 없애고 식후 30분에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저혈당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른 편인데 배만 나왔어요. 저도 마른 비만인가요?
A. 체중이나 BMI가 정상이어도 체지방률이 남성 25%, 여성 30% 이상이면 마른 비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배를 손가락 두 개로 집어봤을 때 살이 얇게밖에 잡히지 않는다면 내장지방이 많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체성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당뇨·고혈압이 있으면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A. 공복 운동은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식후에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혈압이 수축기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100mmHg 이상인 날은 당일 운동을 쉬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데운 뒤 스쿼트 같은 하체 근력 운동부터 시작하고, 이후 빠르게 걷기나 실내 자전거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Q.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근육이 늘어나나요?
A. 미국스포츠의학회 기준에 따르면 근육 증가를 위해서는 제지방량(체중에서 지방만 뺀 값) 1kg당 약 3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합니다. 제지방이 50kg이라면 하루 약 150g이 필요한데, 시중 닭가슴살 100g 한 팩에 단백질이 약 20g 들어있으니 상당히 많은 양입니다. 단, 신장(콩팥) 기미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고단백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Q. 밥을 먹는 순서가 혈당에 정말 영향을 주나요?
A. 네,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식이섬유(채소)를 먼저 먹으면 위장에서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춰주고, 그 다음 단백질을 먹으면 포만감이 유지되어 밥(탄수화물)을 자연스럽게 덜 먹게 됩니다.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만 지켜도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습니다.
Q. 마른 비만인데 체중을 더 줄이는 다이어트를 해도 될까요?
A. 마른 비만에서 단순 체중 감량 목표의 다이어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저칼로리 식단을 강행하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지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요요 이후 체중이 더 늘어나는 구조가 됩니다. 목표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 체성분 비율 을 개선하는 것으로 잡아야 합니다.
결론
지병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20년 가까이 정작 몸이 필요한 칼로리보다 부족하게 먹어온 결과가 거미형 체형이었습니다. 병을 잡으려다 몸의 균형을 더 무너뜨린 셈입니다. 정리하면, 마른 비만의 핵심은 체중이 아니라 체성분입니다. 내장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목표를 바꿔야 대사건강이 회복됩니다.
저는 지금 식사 순서를 바꾸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하나씩 실천 중입니다. 단번에 원하는 대로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체감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체성분 검사부터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숫자를 알아야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 다음뉴스 — 배만 불뚝 '거미형 체형'… 관리 초점은 대사건강 회복 / YouTube — 마른 비만의 원인과 치료 방법
